[열린광장] 인간의 존엄성과 사회적 관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투 과정에서 발생한 민간인 인명 피해로 인해 인권 문제가 큰 이슈로 대두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전쟁 자체가 폭력과 파괴의 상황을 초래하기 때문에 전쟁 상황에서 인권이 보장되기는 매우 어렵다. 그러나 국제인권법은 전쟁 상황에서도 일정한 행동 강령과 제한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적인 정의를 보호하려고 한다. 그렇다면 인권과 인간의 존엄성이란 무엇인가. 우선 인권에 대한 올바른 해석을 위해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부터 해야 한다. 인간은 우주의 전체를 이루는 한 부분으로서 창조주로부터 지음 받은 피조물이다. 하나님의 창조 역사 중 그의 형상을 지닌 유일한 존재다. 그러기에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를 내릴 때는 인간 존재의 사실과 본성 양면에 창조주를 개입시키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인권이란 사람이 사람답게, 사람 가치에 상응하게, 사람으로서 충실히 그 존재 목적을 실현하며 살아갈 수 있는 자연적, 절대적, 종합적 권리를 의미한다. 그러기에 어떤 정치체제나 구조도 인간을 위한 조직과 방편이지, 인간 가치 이상으로 평가되거나 인간 목적 위에 군림할 수 없다. 인간의 존엄성 역시 인간의 무한한 개별적, 사회적 존재가치를 이념적, 실제로 인정하는 사상이다. 그러기에 인권과 인간의 존엄성의 진정한 개념은 사람을 사람답게 살게 하는 경제적 안정, 사회와 문화적 활동에 자유롭게 참여하고 그 혜택을 향유할 기회, 그리고 각자 인간으로서의 목적과 가치를 충실히 구현할 수 있는 제도 등을 포함한다. 하지만 우리는 인권과 인간의 존엄성을 주장하고 그 혜택을 향유하기 전에, 우선 책임의식을 가지고 그에 따른 의무를 수행해야 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책임은 다른 사람들에 대한 동정이 아니라 그들을 위해 내가 해야 할 의무이며, 다른 사람들에 대한 나의 관심과 사랑 그리고 행동을 요구하는 창조주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개인과 사회의 상호관계성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 시스템공학에서 사용하는 신뢰도 계산법을 한 예로 들 수 있다. 어떤 시스템이 100개의 나무 조각을 연결해서 만든 물통이라고 가정할 때, 99개의 나무 조각이 아무리 잘 맞물려 있다고 해도 그중 한 조각의 높이가 낮으면 물이 그쪽으로 흘러나오게 된다. 이것은 100개의 부품으로 구성된 시스템에서 99개 부품의 신용도가 완벽해도, 그중 한 부품의 신용도가 낮으면 전체 시스템의 신용도가 그 부품의 신용도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이론이다. 나 자신을 사회라는 물통의 한 나무 조각으로 볼 때, 만일 나의 신뢰성이 떨어지면 물통 속에 담긴 물이 나로 인해 흘러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각 개인은 사회와 밀접한 관계에 놓여있다. 나 홀로인 개인은 없다. 내가 존재하는 것도 결국은 이웃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며, 이웃의 허다한 마음이 모여 하나의 사회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바로 정립하지 않고서는 나 자신의 삶을 제대로 정립할 수 없다. 나에 대한 어떤 결정은 나의 인간상을 만들 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형태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래서 나의 선택에는 사회 전체에 대한 책임이 포함되는 것이다. 손국락 / 보잉사 시스템공학 박사·라번대학 겸임교수열린광장 존엄성 사회 사회적 관계 개별적 사회적 사회 전체